2021년 5월 26일 범이가 떠난 날이다.
5월 26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늘 밥 먹기 전 밖 산책을 가는 범이를 위해 부엌 정원 문을 열어 주었다.
그렇지만 저 날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지붕공사가 있던 날이었다.
나는 수업을 듣기 위해 방으로 왔고, 수업이 끝나고 다시부엌으로 갔을 때는 문 앞에 쥐가 놓여있었다.
'범이가 왔다 갔구나'
'그런데 어디 갔지?' 아침 주고 나가야 하는데..
나는 당연히 범이가 집에 올 줄 알았다. 아침도 못 먹었으니까. 늘 집에 왔었으니까.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일을 갔다. 그리고 저녁쯤에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범이가 없었다.
'다시 나간 건가?'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고.
주변이 너무 시끄러웠다. 날씨도 태풍의 영향으로 너무 좋지 않았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범이는 그날 집에 오지 않았다.
고양이를 오래 키운 친구가 갑자기 공사로 주변이 시끄러워서 숨은 걸 수 있으니까 2.3일 기다리면 올 거라고 했다.
밤새 부엌에 앉아서 혹시나 불빛을 보면 올까.. 범이를 기다렸다. 그제야 나는 범이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뒷문 정원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문도 열어놓고 잠깐 눈을 붙였다.
저 날 밤, 나가서 범이를 찾으러 돌아다녔다면 나는 이렇게 후회가 되지 않을까
저 날, 아침 범이를 내보내 주지 않고 집안에만 뒀다면 나는 이렇게 후회가 되지 않을까
저 날, 아침에 밥이라도 먹고 보냈다면 지금 후회되는 마음이 덜 아플까..
5월 27일
범이가 문을 열어달라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 여러 번 내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범이는 오지 않았다.
이 날도 바빠서 일찍 나갔다가 저녁에 와서야 보호소에 범이를 잃어버렸다는 등록을 했다.
나는 그제야 내가 범이를 잃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27일에도 새벽까지 부엌에서 범이를 기다렸다. 또 오지 않았다.
어디에 갇힌 건지.. 어디에 숨어있는지.. 사고가 난 건 아닌지.. 별의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범이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5월 28일
아침.. 동물보호소에서 전화가 왔다.
연락이 왔는데 회색 고양이가 차에 치여서 죽은 걸 봤다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 글을 읽은 사람이 보호소에 연락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전화를 해서 그 동네가 어디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고양이가 범이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울음이 터져버렸다..
너무 무서웠다. 우리동네였을까봐.
너무 무서워서 친구를 불러서 대신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연결은 되지 않았지만
몇 시간을 엉엉 울었다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에 눈물이 맺힌다.
다시는 범이를 못 본다는 생각에 범이가 혼자 있을 거란 생각에..
범이가 혼자 쓸쓸하게 갔을까 봐..
나는 그때 뭐했는지 모든 시간들이 엉퀴어서 원망스러웠다. 자책이 되었다가 멍해졌다가를 반복했다.
연락을 주신 분에게 메시지가 왔다.
얼굴도 모르는 나아에 많은 위로를 건네주었다. 본인이 본 것은 아니고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고 보호소에 연락을 하셨다고 했다.
그 지역이 어딘지 물었고.. 내가 사는 동네였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범이가 맞았다..
친구가 범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시체는 어디로 갔는지 독일에 있는 동물보호 시스템에 한번 더 놀랐다..
길에서 동물이 죽으면 그걸 본 사람은 바로 신고를 해야 하고, 동사무소에서 사람이 와서 병원으로 이송을 할지 화장을 갈지 결정을 하는데
범이는 큰 트럭에 치여서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였고 시체조차 식별이 어려웠던 상태였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바로 화장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고 그 일을 담당해준 담당자분이 직접 친구에게 어땠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시면서 많이 우셨다고 했다.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넋이 나갔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고 눈물만 났다.
내가 범이 곁에 없었다는 것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내가 너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범이가 떠나는 순간에 나는 왜 범이 곁에 있어주지 않았던 것인가
범이가 혼자서 맞이했던 순간에
범이를 외롭게 했다는 죄책감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범이를 위해 슬퍼하고 눈물을 흘려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마음을 써주셨다.
범이도 나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위로가 되고 행운이 가득한 삶인가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믿기지 않았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범이가 내게 주고 간 행복한 순간들
가장 힘든 시간에 내게로 와서 이제 조금 행복해지려는 순간에 떠났다.
사람의 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데
이도 그중 하나라고 애써 나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범이가 세상에 와서 해야 할 일을 마쳤고
그리고 다음 생을 위해서 떠난 거라고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태어나기를 위해.. 슬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추선 공양을 해줘야 하는 거라고.. 범이를 위해서
범이가 자신의 삶을 통해서 나에게 남겨준것은,
그렇게 겁이 많고 사람을 무서워했던 범이가 방 1칸짜리에서 살면서 밖을 보고
내가 한국이나 미국으로 갈 때 2주씩 다른 집에서 다른 고양이들과도 지내야만 했었고
뜻하지 않게 이사를 하면서 여러 명과 함께 살게 되고 또 그곳에서 적응을 해주고
짧은 3년이란 시간 동안 범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하면서 행복해하면서 내 옆에 있어주었다.
범이의 마지막이 된 지난 몇 개월은..
나에게도 범이에게도 쉬운 날들은 아니었지만 범이는 어떤 순간에도 행복하게 지냈다.나한테 항상 몸소 보여주고있었는데.
그것조차 알아채지못하고 수많은 날들을 힘들다고 하면서 보냈었다.
범이가 세상에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맞이한 아침은 범이가 사무치게 그립고 어디를 봐도 범이가 보였다.
범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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