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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냥이

범이가 아깽이 고양이였을 때

by 범이누나 BeomNuNa 2021. 1. 10.

 

범이의 사진을 보면서 새삼 범이가 작았을 때도 있다는 것에 놀란다. 

언제 이렇게 금세 커버린 건지..

 

내가 그동안 소홀하게 했던 건 없는지 

귀찮아하지는 않았는지

범이가 아깽이였을 때 나는 정말 바빴다. 

 

아침에 나가면 밤 10시에 오는 건 기본이었을 때니까 

 

그래서 그런지 내가 낮에 집에 있어도 범이는 내 옆에 와서 칭얼대는 시간은 없고 대부분 스스로 시간을 보낸다. 

잠을 자거나 집을 돌아다니거나 몇 시간이고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 

 

 

내가 어렸을 때 옆에 없었어서 그게 익숙해진건아닌지.. 괜스레 미안하기도 하다. 

 

밤열시에 왔다고 내가 또 깨어있는 게 아니라 밥 주고 화장실 치우고 사냥 놀이해주고 나는 잠에 들었으니까..

 

그땐 주말에도 일을 했었어야 해서.. 하루 이틀 집에 없는 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깽이였던 범이가 많이 외로웠을까 싶다. 

 

그러다가 일 년에 한두 번 미국과 한국에 가야 하는 2주 3주는 다른 집에 가서 다른 고양이들과 머물렀어야 했는데 이삼 주 동안 늘 머무르던 입구에 있는 코트 거는 곳에서 잠을 청했다고 들었다. 다른 고양들과도 놀고 밥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그랬는데 잠은 늘 그곳에서 잤다고 들었다. 

 

그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범이는 혼자서 자다가 내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옆에 와서 팔베개를 하고 자는 아이인데.. 

 

 

 

 

내가 아이를 가져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부모님은 이런 마음일 수 있을까 단 몇 프로만이라도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못 해준 것만 생각이 나는 건지.. 

 

어떨 땐 용맹한 범 같기도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걸 보면 나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기도 옆집 흰 거대 고양이가 밖에 나와있으면 정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걸 보면 겁도 많은 것 같고.. 

 

지금도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너를 보면 마음이 왜 이렇게 찡한 건지..

누나랑 건강히 오래오래 살자..

 

집 나가면 빨리빨리 좀 들어오고..

연락이라도 돼야 안심이지.. 

 

너랑 있는 시간들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지..

사랑노래에 사랑 시에 사랑이야기 속에 나오는 뻔한 그런 말들이 사실이라는 것이 너를 통해 새삼 실감이 난다. 

 

아주 나중에 그런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도 하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아주 나중에... 네가 내 곁에 없는 시간이 온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그래야 지만 내가 너한테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을 테니까. 눈물이 나지만 눈물이 나더라도 잊지 않고 살게. 

 

자고 싶을 때 편히 잘 수 있게 

먹고 싶은 거 건강하게 먹을 수 있게

매일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게 잘 놀아줄게

 

누나랑 앞으로도 잘 살자

너무 고마워. 범아 

사랑해. 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