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여름,
어느덧 석사과정을 마치고 나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산지 4년째 되던 해였다. 이전에는 WG라는 셰어하우스에서 독일 친구들과 함께 살았었다. 당연히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편이 훨씬 방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학교를 다니려고 했었는데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석사를 마치고 더는 학교에 등록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WG를 떠나 혼자서 사는 곳으로 집을 알아봤고 어렵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되었다.
사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었다. 1년 동안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고 그리고 나에게 매번 되물었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었는지,
한 생명을 끝까지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 끝에 남는 것이 헤어짐이라고 하더라도 처음을 시작할 용기가 있는지,

그리고 혼자 산지 1년쯤 지난 2018년, 봄
나는 범이를 임신한 엄마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독일에는 동물을 사고파는 애견 샾이 없다.
그래서 처음엔 보호소에서 입양을 하려고 했는데 입양을 하려면 조건이 아주 까다로워서 쉽지가 않았다. 내가 조건이 되지 않는 주인이었다
우리 집은 4층에 있고 발코니는 있지만 정원이 없다.
독일은 고양이들이 대부분이 외출 냥이다. 집 밖을 자유롭게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고 하는 산책 냥이다. 조건에 부족한 나는 가정 분양을 하기로 했다.
가정분양을 하는 가족을 찾아 연락을 했고 한번 만나러 오라는 이야기에 바로 기차를 타고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아기 고양이들이 태어나기 8일 전쯤이었다.) 집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고 그리고 강아지도 함께 살고 있었다. 밖에는 말도 있었다.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엄마 고양이도 만나고, 새로 태어나는 아기 고양이들 중 한 아이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간단한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 고양이의 가족에게서 고양이 분양을 희망하던 사람들 중 내가 선택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았다.
(독일에서는 가정 분양을 하기 전에 분양될 사람을 면접 본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았다.)
그 뒤로 범이가 태어나는 과정이 담긴 영상부터 3개월 동안 커가면서 엄마와 형제들과 지내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도 받아보게 되었다.


정말 빨리 함께 살고 싶었지만 고양이는 태어나서 적어도 3개월 동안은 정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전엔 절대로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가끔 한국에서 들려오는 고양이들의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픈데, 독일은 조금은 다른 것 같다고 느꼈다.
범이가 태어나고 태어난 범이를 만나러 한 번 더 기차를 타고 갔었다. 잊을 수가 없다. 눈도 뜨기 전의 범이를.
가서 이름을 범이라고 지었다는 것도 알렸다. 그래야 범이가 동물병원에 가서 고양이 등록? 과 함께 진행될 예방접종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Beom? 폭발하는 소리냐고 궁금해했는데 한국에서 범은 호랑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범이라고 지은 이유는 내가 호랑이 띠라서였다. 그리고 이름처럼 용감하게 건강하게 크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 가득 담긴 이름이었다.
3개월 동안 범이의 가족들은 한국 발음에 서툴렀지만 범이라고 계속 불러줬다. 범이가 나에게 왔을 때 이름을 알아듣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정말 지나가지 않을 것 같았던 3개월이 지나고 범이가 집에 왔다. 나는 범이를 생각하며 집을 준비했다.
범이는 차를 타고 살던 가족들과 함께 우리 집에 왔다. 그렇게 데려다주면서 당연히 범이가 앞으로 살게 될 곳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으리라 (2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범이의 안부를 묻는 연락이 온다.)
가족들은 범이의 물건과 범이가 먹었던 몇일치 사료 그리고 장난감 등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렇게 범이는 내게로 왔다.
고양이랑 산다는 건 너무 행복하다.
나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살아갈 힘이 된다.
나 또한 범이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오래 살 수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이고 알았던 사실인데 글로 봐서 영상으로 봐서 다 알았던 일인데
같이 시간을 보내고 살아보니 그 말이 너무 와 닿았다. 범이는 이제 2살이고, 아직도 어린데..
아직 2년밖에 함께 안 살았는데 나는 가끔 범이가 나이가 들어 옆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눈물이 핑 돈다.
범이를 기억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써야겠다고 범이에 대해서 남기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옆에 와서 앉아 있는 네가 있어서 누나는 너무 좋아. 고마워 범아

'우리집냥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pplaus 어플라우즈 in 독일, 고양이를 위한 습식 사료 (2) | 2021.02.05 |
|---|---|
| 범이가 아깽이 고양이였을 때 (0) | 2021.01.10 |
| 범이랑 처음으로 이사 (2) | 2020.08.05 |
| 고양이 사료 솔직후기 - 독일 프리미엄 동물사료 PETSDELI 페츠델리 (0) | 2020.05.24 |
| 고양이가 처음으로 집에 올 때 준비해야하는 것들... (0) | 2020.05.14 |